2015년 3월 사업자등록.
그로부터 5년 하고도 9개월이 지났다.
처음 사업자 등록을 하던 그 날에는 내가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쩌다 보니 6년째 1인 기업(기업이라 하기도 거창하다)을 운영하고 있다. 6년쯤 되면 시니어 정도는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약간의 흐뭇함이 생기는 한편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한 번쯤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6년간 일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모두 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당연하다 느끼는 것은 머릿속에만 있지 오히려 잘 지키지 않게 된다. 글로 표현하면 조금 더 명확히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 정리해 본다.
한 손님이 다른 손님을 불러온다. 끝까지 잘해줄 것.
혼자 일하다 보니 따로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6년간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고객님이 다른 한 분을 소개해주고, 그분이 또 다른 분을 소개해 주는 식으로 계속 일이 이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맡은 일이 있다면 정말 내 것처럼 열심히 만들어 드렸다. 신기하게 내가 만족이 되어야만 고객님도 만족을 했다. 내가 '뭔가 이상하다', '뭔가 1% 부족해'하는 느낌을 받으면 고객님도 똑같이 느꼈다. 따라서 모든 작업은 내가 온전히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했고, 그 결과 고객님들도 만족하셨고 그게 다른 고객님들 소개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다. 간혹 고객님과의 마찰이 생기더라도 (내가 꾹 참고) 잘 풀어나가는 방향이 절대적으로 나에게 유리하다.
내 작품은 고객과 소통을 통해 만든 "합의 작품"
내가 만든 모든 하나하나가 내 작가적 혼을 담은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고객은 그 정도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은 나에게 돈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고자 할 뿐이다. 고객의 요구 사항이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속상해하고, '이건 못하겠어' 하기보다 적당한 합의점을 찾아 적당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여야 한다. 물론 나의 주관을 아예 버려서는 안 되지만, 일단 고객의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는 순수히 나의 의도대로만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쉽다.
나의 작업물들을 객관적으로 침착하게 바라보고, 고객이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것을 조금 추가해주고 적당히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중간중간 작업 상황을 알려주고, 고객님의 의견은 어떠한지, 추가하거나 수정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을 대부분 더 좋아하신다. 따라서 모든 것을 혼자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고, 고객님과 의견을 조율해가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고객도 만족하고, 본인에게도 훨씬 수월한 방법이 된다.
적당히 끊는 것의 중요성
혼자서 일을 하다 보면 해야 할 일이 많다. 고객관리, 상담, 디자인, 코딩, 세금 관리까지 모두 내가, 나 혼자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있기 마련인데 하루 종일 한다고 해서 일이 다 사라지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하나가 끝나면 다른 하나의 일이 있고, 그 일을 끝내면 또 다른 일이 나를 찾아온다. 일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계속해서 있는 게 일이다. 오늘은 적당히 여기까지 하고 내일 다시 하자 하는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히 끊고 적당히 내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을 적당히 끝내고, 저녁에는 책도 읽고 자기 계발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경우 하루가 더 풍요롭게 느껴지고, 나중에 되돌이켜봤을 때 '내가 이 한 달을 어떻게 보냈지?' 하며 의아해하지 않아도 된다.
내 몸값은 내가 올리는 것. 누가 올려주는 게 아니다.
작업 시작 전에 돈 얘기 먼저 꺼내는 게 계산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돈을 받으려고 이 일을 하는 건데 돈에 관한 문제는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문의가 들어왔다면 깔끔하게 정리된 견적서를 보내고, 가격이 맞지 않으면 깔끔하게 안 하면 된다. 간혹 더 저렴하게 안 되나요, 저렴하게 해 주세요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고객 확보가 우선인 사람이라면 가격을 다운시켜서라도 해야 되겠지만 그 것은 결국 내가 내 무덤 파는 일이다. 한번 저렴하게 해 주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의뢰를 했을 때,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줬을 때 비슷한 금액으로 저렴하게 해줄일이 99%의 확률로 또 생긴다. 내 몸 값은 내가 올리는 것이다. 내 가치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어느정도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다운 시킬 수는 있겠지만 내가 책정한 금액에서 너무 터무니 없이 벗어났다면 적당히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업무 수치화
전 내용과도 연결이 되는 내용인데 정확한 견적을 위해서는 내 작업을 수치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견적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이 투여될 수 있는 작업인데, 업무를 수치화한다면 견적도 객관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에는 일할 때마다 시간을 기록하고, 어떤 업무에서 얼마나 시간이 들었는지 기록한다. 그리고 작업비로 작업시간을 나누었을때 시간당 적당한 금액을 받았는지 체크하고 있다. 이렇게 한지 1년정도 되었는데 예전보다 견적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터무니없이 견적을 내기 보다는 어느정도 나의 업무 스킬을 객관화 해서 견적을 내면 고객님을 이해 시키키도 쉽고, 어떠한 작업이 있더라도 정확한 견적을 낼 수 있다. 이는 곧 내 업무에 대한 정당하고 적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나의 일에 알맞은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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